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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넷플릭스 영화 감상평

'부산행', '지옥'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정이'가 1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글로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얼굴은 사람의 모습이지만 몸은 차가운 금속으로 보이는 예고편을 보니 오랜만에 기대되는 한국형 SF물인 것 같습니다. 

1. 줄거리

폐허가 된 지구를 탈출해 우주로 옮겨간 사람들이 '쉘터'를 만들어 살고 있습니다. 그 중 독립하려는 세력이 생기고 이를 저지하는 연합군과 내전이 발생합니다. 치열한 전쟁 속에서 전쟁영웅이 탄생하는데, 김현주 배우가 맡은 '정이'는 용감하고 전투력이 강한 전설적인 용병입니다. 마지막이 된 전투에서 적에게 둘러쌓인채 탈출하지 못하고 부상을 당해 식물인간이 됩니다.

 

세월이 흘러 민간 업체 '크로노이드'는 정이의 뇌를 연구해 새로운 몸체에 정이의 지능을 이식하여 전투로봇을 개발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던 전쟁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 팀장은 수현(강수연)으로 유일하게 남겨진 정이의 딸이었습니다. 프로젝트는 거의 성공에 이르렀지만, 마지막으로 패한 전투를 재현해 정이의 전투로봇이 탈출하는 최종 단계는 매번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크로노이드 본사의 압박으로 상용화에 서둘러야 하는 수현 팀장과 그의 상사는 프로젝트 성공에 속도를 내게 되는데, 우연히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정이의 뇌에서 미확인 영역의 수치가 활성화되고 프로젝트는 다른 국면에 접어듭니다.

 

스토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고 간단했습니다. SF물이라고 해서 새로 만든 용어도 별로 없었으며 이해가지 않았던 내용도 없었습니다. 인물들의 대사가 비교적 단순해서 디테일한 상황설정이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원인 서현이 소장에게 정이 뇌에서 미확인 영역을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말합니다. '많은'은 평범하면서도 애매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과학자인 서현이 걸릴 시간을 계산했을 텐데 소장을 설득하면서 수치라도 말하지 못하는 것이었을까요. 

2. SF영화인가 가족 영화인가

영화를 보며 모녀의 설정이 나왔을때 신파는 나와주지 않았으면 했는데 가족 영화의 문법을 따라갔습니다. 98분의 러닝타임이 짧은 것이 아닐까 했었는데, 영화의 중반부까지 등장인물의 배경설명과 시물레이션 장면의 반복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다 이 시간이면 뿌려놓았던 것들을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이 느껴질 만큼 지루하고 느슨한 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듯했고 감성적 호소로 마무리됩니다. 결말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감독은 중반부까지 던져둔 요소들을 마지막까지 풀어내지 못하고 맥 빠지게 뻔한 결말로 끌고 가는 듯합니다.

 

CG가 훌륭해 보이지만, 차별성은 없었습니다. 미래도시의 모습은 여느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 흡사했고, 정이의 전투신도 기존 영화나 게임의 장면과 비슷합니다. 정이와 똑같은 모습을 한 로봇들 사이에 숨어있는 장면도 25년 전에 봤던 '아이 로봇'에서도 이미 봤었습니다. 

3. 故 강수연 유작

이 작품은 2022년 고인이 되신 강수연님의 유작입니다. 2013년 단편영화 '주리'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입니다. 1980-90년대 주옥같은 연기로 많은 관객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배우입니다.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마지막이라 하니 안타까웠던 느낌입니다. 더더욱 아쉬운 점은 귀에 쏙쏙 꽂히는 연기톤과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톤의 합이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연출의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4. 감상평

인간복제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뇌를 복제해 의체로 옮길 수 있는데, 비용에 따라 급이 나눠지고 C급으로 갈수록 유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대신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설정이 등장인물로 하여금 갈등을 하게 하는 요소가 아니며 관객에게 생각이나 울림을 주는 요소도 아니었으며 이야기를 결말짓기 위한 수단으로 잠깐 언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SF영화의 비주얼적인 요소, 개연성 있는 스토리, 윤리적 시사성을 모두 놓친듯 하여 아쉬움이 가득했던 영화였습니다. 1편 전체가 전개에 해당하는 듯하고 속편에서 다음 스토리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